오케스트라 공연을 가본 것은 뉴욕에 온 후 처음이다.
i님 덕분에 summertime classic rush ticket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피아노 협주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중 엄청 고민하다가 피아노 협주곡을 선택하고 티켓 구입.
12불 고정이지만 또 위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 되게 신기했다.
1 tier는 매진이었고 오케스트러와 2 tier중 고민하다가 2 tier로 선택했는데,
링컨 센터 메트 오페라 하우스에서 마술피리를 볼 때 러쉬티켓 샀다가 맨 뒤 무대가 반은 잘려보이는 곳에서
3시간을 서서 본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보는 것이 메인이 아니니까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
학생 러쉬티켓은 표 구입 후 픽업할 때 학생증만 보여주면 된다고..
회사 끝나고 급하게 밥을 먹고 링컨 헨터로 향했다.
애버리 피셔 홀은 또 역시 처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티켓을 받은 후 3층으로 올라갔다.
처음 홀에 들어간 후 느낀 것은
'헉 소박..'
메트 오페라 하우스의 금박장식에 화려한 샹들리에와는 매우 대조적인 인테리어.
자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진 않았다. 사실 어디라도 좋으니 앉을 수만 있다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 홀에는 입석은 없더라. 휴. 한숨 놓았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각자 앉아 연습중이었는데 헉 이것이 꽤나 고통스러웠다. 제각각 연주를 하니 엄청난 소음인 거...ㅠㅠ;;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오케스트라가 안으로 숨어 배경이 되어있을 때는 이렇게 크게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메인이 오케스트라라서 그런가?
7시 30분이 되고 콘서트마스터가 나와 박수를 받은 후 단원들의 조율을 지도.(지도라고 하나? 콘서트 마스터가 기본음을 주면 거기에 맞춰서 조율을 한다.)
그리고 이윽고 지휘자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는데,첫곡은 쇼스타코비치의 Festive Overture op.96
막 몸에 전율이....!!!
순수한 소리에서부터 오는 감동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사용하여 느끼는 감동보다 좀 더 자극적인데,
그것은 후자의 경우 눈과 귀를 모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개의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감동에 집중할 에너지가 분산된단 말이지.
그에 비해 오로지 소리만으로 느껴지는 감동은 집중된 하나에서부터 오기 때문에 훨씬 강력하고 가슴을 꽝꽝 두드려댄단 말이다!
s가 옆에서 속삭였다. '나 눈물 날 것 같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조금 눈물 지렸음 헐.
계속 계속 속이 꽝꽝 울리는 듯한 웅장함에 조금 현기증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너무 신기한 게 어쩜, 그 하나 하나의 악기가 뭉쳐서 저런 음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지.. 하나의 오차도 없이 딱 딱 맞춰서 말야.
이건 역시 지휘자의 힘이겠지?
휘몰아치듯 한 곡이 끝나고 지휘자 아저씨의 만담이 시작되었다.(via 세상님)
어쩜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하던지....세상님이 보고 오신 센팍 공연 지휘자랑 같은 분인가보다.
만담하는 것처럼 재밌다고 하시길래 지휘자가 말 잘해봤자..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넘 재밌더라.
끊임없이 웃었다.(이건 조금 거짓말이고 못알아듣는 부분은 분위기 맞춰서 웃어줬다....으흑.ㅠㅠ)
다음에 이어질 로미오와 줄리엣 셀렉션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 후, 연주가 시작되었다.
귀에 익숙한 곡이다보니 들으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뿅뿅 하고 솟아났다.
작년에 셰익스피어 인 더 파크 에서 관람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자꾸 생각나더라.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장면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이 또 신기해.
사람의 뇌란 역시 복잡하고, 대단하다.
Balcony scene 과 The death of Tybalt이 참 좋았는데 특히 티볼트의 죽음은 그 결투 장면이 곡에 맞춰서 떠올랐다. 검을 챙챙하고 부딪히는 장면..
폭풍같은 연주가 끝난 후 인터미션동안 한숨 돌렸다. 둘 다 너무 감동해서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둘이서 7월 2일에 또 공연을 보러 오기로 결정. 킥킥.
(사실 나는 금요일 바이올린 협주곡 들으러 오고 싶었는데 s가 생상을 더 듣고 싶어하고, 거기에 금요일은 앞의 두곡이 겹치기도 해서리..쪕) -> 아침에 회사오자마자 1 tier로 구입했다!! :) 좀 멀지만 무대는 한눈에 들어올 듯.
플레이빌을 쭈욱 읽어보는데 단원중에 한국인이 꽤 많더라.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우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뉴욕필에 한국인이 이렇게 많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후...^^
그리고 이어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No.2 in C minor, Op. 18. 피아노는 조이스 양.
한국인으로 또 한번 자랑스러워지는 순간.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막 4살부터 피아노 시작해서 12살때 줄리아드 입학했다던가..?(플레이빌 급하게 읽어서 가물가물) 아 천재란 이런 것이겠지.
막 연주를 하는데 휘몰아친다고나 할까 엄청 격정적이다. 거기에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되게 재밌다. 막 온몸에서 곡의 오오라가 뿜어나오는 게 보이는듯한 기분이 든다.
요 곡은 2악장만 좀 익숙한데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3악장. 역시 꽝꽝 울려대는 게 너무 좋아 시원해.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쪽은 안보이고 바이올린과 관악기, 타악기 쪽이 잘 보였는데
심벌즈랑 팀파니에 푹 빠졌어여...절도있게 둥둥 두드려대고 짤짤 울려대는 그 모습..끼약.ㅠㅠd
2악장 때는 아예 뒤로 물러나 앉아서 쉬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베이스를 깔아주는 가장 중요한 악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타악기들이 약간 어긋나면 곡의 박자가 다 어긋나버리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나의 사랑 바이올린 부대도 넘 멋졌슴.(한국인들이 거의 바이올린 파트에 몰려있더군)
활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엄청 소름끼칠 정도로 멋졌다.
3악장이 끝, 조이스 양이 피아노에서 손을 떼는 타이밍에서 0.1초의 오차도 없이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뭐야 이사람들 다 짠건가? 어쩜 그렇게 정확한 시점에서 어긋남도 없이 박수가....
옆옆에 앉은 아저씨는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우어어 우어어' 절규를 하며 박수를..;;;;;
조이스 양이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나와 인사를 할 때까지도 박수가 잦아들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하며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하며 멋적게 운을 띄운 그녀는, 쇼팽의 피아노 독주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뭔곡인지 모르겟다 악. 감미롭고 곡도 그렇게 빠르지 않으면서 듣기 편한 곡이었다.)
intermezzo님에 따르면, Franz Liszt’s transcription of Chopin’s Meine Freuden (My Joys)라고 한다. 하악. 감샤감샤;ㅅ;
관중들 완전 만족한 분위기..;; 난 설마 클래식 공연에서 앵콜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녀의 앵콜을 듣고 또 한번 기립박수가 쏟아진 후에야 summertime classic 공연은 끝이 났다.
휴 진짜 저렴한 가격으로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니..i님 너무 감사해요.ㅠㅠ ㅠㅠ ㅠㅠ
빨리 7월 2일이 되면 좋겠다.
(어제 인터넷이 안되서 메모장으로 적고 붙여넣었더니 길이가;;; 같은 이유로 사진도 없습니다 ㄱ-; 사진찍은 건 있는데 나중에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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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 보셨네요. i님 너무 감사하죠 ㅎㅎ
정말로 잘 봤어요.
i님 짱임.ㅠㅠ 넘 감사해요.ㅠㅠㅠㅠ
재미있게 보셨다니 기뻐요~!!! ^^ 생생한 후기도 너무 감사해요! ^^
어제 프로그램은 완전 노다메칸타빌레 특집 수준이었죠 ㅋㅋㅋ (이 드라마보셨어요?) 전 오늘 보러 갑니당~~
흐흑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이것이 모두 막간극님의 은혜입니돳!! 7/2 공연도 기대하구 있어요..헤헤
노다메는 만화로만 봐서 잘 모르겠어요.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드라마 좀 볼걸!!! 으흑..ㅠㅠ
오늘 공연 즐겁게 듣고 오시구요:) 감상문 기대할게용>ㅅ<
Ray님 후기만 읽어도 감동이 전해져오는것 같아요^^
멋진 공연 보신거 부러워요!!! :)
흑흑 감사합니다. 진짜 딱 그 공연을 할 때, 좌석에 앉아있을 때의 감동을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역시 글발이 많이 딸리는 듯..ㅠㅠ
Annika님도 기회되시면 보러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발레를 보셨습니까? 에헤~
오페라까진 어떻게 소화해도 발레만은 당최 모르겠어요.
그런데 입석이.. 있는겁니까? -_-;;;;
아 전 차라리 오페라보다 발레가 더 좋더라구요. 말이 필요없잖아요 ㅎㅎㅎㅎ... 메인 홀의 경우 뒤에 스탠드가 죽 늘어서 있고 거기 기대서 볼 수가 있어요.오페라 볼 때는 앞에 곡의 가사가 영어로 떠서 나오기도 하구요. 근데 진짜 한 반쯤 지나면 공연이고 뭐고 그냥 주저앚고 싶어진다니까요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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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그럼 반만 맞았군요 들린 게 쇼팽밖에 없엇어서 으허허헝헝헝헝 민망해라 ㅠㅠ ㅠㅠ
감사합니다. 리스트가 쇼팽의 곡을 편곡했다니 되게 신기하네요. 왠지 클래식에는 개작,편곡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좋은 공연도 보시고 즐거운 시간이였겠습니다!!! 으.....올때마다 부러우니....ㅠㅠㅠㅠ
헤헤...여기서 갈 수 있는 만큼은 많이 가서 보고 들으려고 노력중이에요^^
비밀댓글 입니다
앗 맞다 그러고보니 제가 젤로 좋아하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도 파가니니의 연습곡을 편곡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생각이 짧았네요^^
파가니니의 곡이 많이 개작이 되었군요. 제가 들은 몇 안되는 파가니니의 곡은 다 엄청 기교가 많고 현란하더라구요.
링크해주신 곡 잘 듣고 있어요. 헤헤 정말 좋군요!
두번째 곡은 전송량초과라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ㅅ;
아 메인홀은..뭔가 이름이 있겠지 싶었는데 찾아보기가 마땅찮아서...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바꿀게요!! 10개나 되는 줄은 몰랐네요 얼핏 보기로는 4-5개정도밖에 안보였는데..^^;; 좋은 정보 많이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ㅅ;d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도 좋은공연 많이 하던데..
좋은공연 보셨다니.좋으셨겠어요.
센트럴 파크에서 한 공연 보고 싶었는데 못봐서 넘 아쉬워요.ㅠㅠ ㅠㅠ 곧 이어 할 연극은 꼭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