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색의 메아리가 울리는 방, 에코 체임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인연이 닿아 노아님을 만나뵈었었다.
한 번 어긋나고, 두번째에 다시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어느 쌀쌀한 봄, 금요일 저녁, 노아님을 만나 공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또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따뜻한 곳에 들어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들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깊으시고, 대화를 즐기는 노아님. 나의 깊이가 얕아 원하는 대로 대화가 잘 안되서 많이 속상했는데(나는 왜이렇게 말을 못하는 걸까.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면 바로 헛소리가 되어버리는 이런 시츄에이션.-_-) 그래도 헤헤 나보고 순수해보인다고 하셨다.
내가 딴소리를 너무 많이해서; 이야기가 좀 맥이 끊기는 스타일이기도 했는데 말야 워 ㄱ-;;;;

노아님이 굉장히 부러웠던 것이, 원하는 것을 위해 움직이는 그 용기, 자유로움.
그리고 자신만의 올곧은 뜻.
자유로움이 항상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버려야할 것도 있고 버림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온다. 하지만, 그것을 발판삼아 더, 더 자유롭게, 자신을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그 의연함에 감탄했다.

나는 노아님보다 어린데도 겁이 너무 많다. 내 세상을 움직이고자 하는 용기가 없어서, 그게 조금 부끄러웠다.
아직 어리니까, 시간이 있으니까 할 수 있다고 도닥여주셨지만; 모르겠다 나는 너무 겁쟁이라....그렇게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듣고, 분명히 가슴도 움직였는데 몸은 얼어붙은 그대로다....

노아님께서 책을 빌려주셔서 받아 들고와 저번주에 겨우 다 읽어냈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서 조금 고전했다. 흐..-_-;;

노아님과의 대화 후 책을 읽으니, 책의 내용과 대화가 겹쳐져서 더 진해지더라. 확실하게 자신을 세운 그 생각과 감정이 책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뒷부분, 노아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 향은 점점 진해지고, 두터워져서 무형의 향이 유형의 사물로 빚어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느꼈다고. 하나를 추구하는 사람이란, 역시 대단하다.

앞부분의 사진과 글을 볼 땐 나는 우선 사진을 보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 후, 그담에 사진에 대한 글을 보았다. 그럼...완전 다르게 해석된 것도 있고 놀랄만치 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글은 나의 허접하고 2차원적인 상상을 뛰어넘는 것들이 많았다. 글을 너무 쓰고 싶으셨다는, 정말 너무너무 쓰고 싶으셨다는 노아님.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시작하셨다는 노아님.
읽으면서, 사진을 보조하기 위해 글이 첨가된 것이 아니라, 사진이 글을 더욱 더 완전하게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내 짧은 머리로 조금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그래서 한 번 다시 읽어봐야한다..) 책을 읽는 동안 우울함에 젖고, 자유감에 희열을 느끼며 뿌듯할 정도로 행복해 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노아님. 이런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좋은 말씀을 직접 듣고, 사진과 함께 활자로도 읽고, 저 엄청 행운아네요. 우히히히..

(근데 나름 사진 에세이인데 사진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서 쵸큼 거시기하네요..-_-;)

에코 체임버: 당신이 있는 방 상세보기
박노아 지음 | 눈빛 펴냄
박노아의 포토에세이『에코 체임버 | 당신이 있는 방』. 이 책은 작가가 뉴욕, 파리 등지에 머물며 찍은 흑백사진 237점과 직접 쓴 글들로 이루어진 1부 'Prose & Verse', 그리고 파리와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며 느꼈던 것을 써 내려간 2부 '예술과 사진에 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삶에 대하여' 란 제목의 3부에서는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단문 56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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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astelwind 2008/05/29 09:59 Permalink:: Edit/Del:: Reply
    아..언젠가 책 다 읽고 나면 포스팅 하신다던 게 바로 이 글인가요?
    박노아님 성함은 저도 이따금 다른 곳에서 들었던 적이 있는 듯 한데, 책은 아직 겉표지도 구경 못 해 봤네요. 궁금하여라.
    • BlogIcon Ray-* 2008/05/29 12:43 Permalink:: Edit/Del
      헤헤 그렇답니다. 읽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ㅎㅎ 조금 읽다 말고 조금 읽다 말고 해서..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파스텔님, 좋아하실 것 같아요^^
  2. BlogIcon 하느니삽 2008/05/29 10:17 Permalink:: Edit/Del:: Reply
    멋진 분 같군요. 저는 아~트 하는 분들 보면 많이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레이님도 일종의 아~트 하시는 거 아닌가요?
    • BlogIcon Ray-* 2008/05/29 12:44 Permalink:: Edit/Del
      저두 엄청 부러워요. 전 아트하고는 좀 거리가 있죠..무조건 많이 팔리는 거에 염두를 두다보니..ㅠㅠ ㅠㅠ ㅠㅠ 컨템퍼러리 쪽은 좀 나을지도 몰겟찌만..이잉..ㅠㅠ
  3. BlogIcon 시네마천국 2008/05/29 18:44 Permalink:: Edit/Del:: Reply
    와~~~레이님은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하시는 듯!! 부러워요~ㅎㅎ
    • BlogIcon Ray-* 2008/05/29 22:31 Permalink:: Edit/Del
      후후 아주 행운이었던 거죵 히히히..>ㅅ<
      소중한 경험이에용:)
  4. 2008/05/29 23:52 Permalink:: Edit/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Ray-* 2008/05/30 09:04 Permalink:: Edit/Del
      정말 그래요.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 나보다 멋진 사람, 나보다 깊은 사람을 만나면요, 그 우월함에 감동하고 부러워하면서, 그걸 조금이라도 흡수하고 싶은 마음이 막 든다니까요. 달라붙어라 달라붙어라 지우개야. 요렇게 주문을 외우여..으히히.. 그런데 제 용량이 항상 모자라요. 좀 더 확장공사를 해야할것만 같아요 ㅇ<-<
      항상 이렇게 좋은 말씀해주셔서 넘넘 고마워요. 언제나 ㄷ님의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이 더욱 특별해지는듯한 뿌듯함을 느끼곤 한답니다. 저에게는 그런 ㄷ님이 더욱 특별하다는 걸 꼭 꼬오옥 알아주셔욧!